금융산업

퇴직연금, 가교연금으로서의 적극적인 역할 절실

2012-09-17강문성 연구위원

목차

우리나라는  가속화되고  있는  인구고령화와  소득양극화로  연금재정의  위기뿐만  아니라  노인빈곤
위기까지 동시에 직면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의 하락과 수급시기의 연장으로 공적연금
으로서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선진국처럼  사적연금을  제도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다층소득보장체제의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퇴직연금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근퇴법을  개정  
하였지만 다소 미흡하다. 따라서 퇴직연금이 가교연금의 역할 뿐만 아니라 부족한 노후자금을  보완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연금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요구된다.

 

재정안정화로 인한 공적연금의 역할 축소로 사적연금 확대 추세

 

OECD(2007년)에  의하면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함께 지속되는 소득 양극화로 인하여 연금재정의 위기뿐만 아니라 노인빈곤
위기를  동시에  겪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문턱  앞에서  이
같은 위기에 직면하고 있어 상황이 더 나쁘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지 19년만인 2019년에 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소득분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소득 불균형
의  지속적인  확대  현상은  경제적  요인보다는  세계화‚개방화,  IT의  발전,
탈산업화,  인구고령화 등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경제적 환경변화는 연금을 포함한 복지재원의 급격한 증가
를 야기함에 따라 정부재정 위주의 공적연금으로는 감당하기 힘들게 되었다.
이에 정부는 2007년 국민연금 급여수준을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재정안
정화 개혁방안을 통과시켰다.  보험료율 9%는 그대로 유지하고 소득대체율
을 60%에서 50%(이후 매년 0.5%씩 떨어져 2028년 40%  계획)로 하향 조정함
으로써  연금수지  적자는  2036년에서  2044년으로,  기금소진은  2047년에서
2060년으로 연장시켜 놓았다.  대부분의 선진국들도 공적연금의 축소를 통해
재정안정화를  달성하였으나  연금급여의  적절성을  확보하기  위해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 등 다양한 사적연금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가교연금 및 국민연금 보완 기능으로서의 퇴직연금 활성화 절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평균소득대비 대체율은,  OECD(Pension  at  Glance,
2011년)에 의하면,  40년 가입기준으로 40%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우리나라 기업의 규정된 정년은 평균 57세이나 근로자들의 실질 평균 퇴직연
령은  53세  전후로  추정되고,  노동시장으로부터의  은퇴연령은  67세  전후로
추정되고  있다.|1|  이  기간  동안  중‚고령  근로자들은  고용  불안정으로  인한
낮은 임금과 사회적‚제도적 지원이 부재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한편 국민연
금은 현재 60세 부터 정식 수급이 가능하나 5년 단위로 1세씩 상향 조정되어
2033년부터는 65세까지 연장될 계획이다.
따라서  퇴직시점과  국민연금  수급개시  기간  동안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소득원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이후  정상적인  노후생활을  위한
소득대체율의 제고를 위해서도 퇴직연금의 활성화가 절실한 실정이다.  선진
국에서는  사적연금  확대를  적극  추진하여  다층소득보장체계를  구축함으로
써 공‚사적 연금을 합한 소득대체율이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가능한 70%대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적연금은  크게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개인연금
은 자금여유가  없는  경우  불입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퇴직연금은  현재의
소비생활을 위축시키지 않고 후불임금인 퇴직급여를 재원으로 하기 때문에
안정된  노후생활을  책임질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노후소득보장  수단이다.
이에 정부는 기존의 퇴직금 제도를 2005년 12월에 퇴직연금제도로 전환하였
다.  퇴직연금은 55세부터 받을 수 있기 때문에 60세 이상인 국민연금 수급시
기까지의 소득공백기를 비교적 안정되게 보낼 수 있다.  더 나아가 2010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60세 이상 65세 미만으로 국민연금 수급시기를 늦출
경우,  예들  들어  1년을  연기한다면  월급여액의  7.2%를  더  받을  수  있어
국민연금의 보완기능으로도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동안 퇴직연금시장은 정부의 제도적 지원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시현
하였으나,  금년  6월에는 적립금 규모가 53.9조 원으로 전년말 대비 8.1%  증가에
그쳤다.  이는 대다수 대기업들이 전년말로 전환하였기 때문이다.  반면 퇴직연금
가입률(가입인원수/전체상용근로자수)은 38.9%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사업

장도입률은 총 167,460개소가 가입하여 전체 사업장의 11.0%수준에 불과하다.
500인 이상의 대기업도입률은 77.9%에 달하지만,  10인 미만 소기업은 7.8%에
불과하여 중소기업 근로자의 수급권 보호가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2011년  7월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퇴직연금가입률을  크게
높이고,  퇴직연금이 가교연금 및 국민연금의 보완 기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하
게 수행할 수 있도록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을 개정(이하 개정 근퇴법)  하였
다.  금년 7월 26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게 되었다.

 

개정된  근퇴법은  퇴직연금  활성화에  절반의  기여

 

개정된 주요 근퇴법 내용과 효과|2|를 살펴보면,  첫째 그동안 퇴직연금제
도의 통산장치 역할 만을 수행하였던 개인퇴직계좌(IRA:  Individual  Retirement
Account)를 적용범위와 기능을 크게 확대한 개인형퇴직연금(IRP:  Individual
Retirement  Pension)으로  격상하였다.  주요  내용을  보면,  가입대상은  기존
퇴직자에서 DB‚DC형 가입 근로자 및 일부 자영업자(2017년부터)까지 확대
하였다.  물론  기존  10인  미만  사업장의  IRA활용(특례기업형IRA)  제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그동안  퇴직시  임의이전에서  자동이전으로  강화되고,
재직  근로자의  추가불입도  일정  한도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중도해지는
이전과 동일하다.  이에  따라 향후  IRP는 크게  확대되면서  퇴직연금시장의
중심축을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시키는 촉매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근로자의 DB‚DC형 혼합가입(이하 혼합형)을 허용하고,  여러 사용
자가 단일 DC형(표준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개별 근로자는
혼합가입의  설정비율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  혼합형에  대한  니즈는  주로
재무적 또는 운영상 부담을 줄이기 위해 DC형을 선호하는 중소기업 보다는
DB형을 주로 운영하는 대기업에서 근로자의 요구를 반영하여 발생할 것으
로 판단된다.  표준형은 DC형을 선호하는 중소기업에서 업무절차의 간소화
와 비용부담 완화로 적극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혼합형은 사용자
와 근로자 모두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표준형은
중소기업의 신규 진입을 용이하게 하여 연금사각지대를 해소할 뿐만 아니라
전체 퇴직연금시장의 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현재 56개 퇴직연금 사업자에게만 허용되었던 퇴직연금 도입권유
업무를  모집인에게도  위탁(이하  모집인제도)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모집인 자격요건은 퇴직연금관련 전문성을 보유한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
(개인),  투자권유대행인  등으로  제한된다.  보험설계사와  투자권유대행인은
2011년 3월 현재 22.9만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 사업자의 영업채널
이  대폭 확대됨으로써  그동안 소외되었던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의  가입을
크게 촉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퇴직연금의 운영기준을 강화하여 DB형의 사외 최소적립금 수준이
현행 기준책임준비금의 60%이상에서 100%  수준으로 상향 조정된다.  상향
조정은  2016년  법인세법  사내  퇴직급여충당금  손금인정  범위의  점진적인
폐지 계획에 맞추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제도 도입 이후
퇴직보험(신탁)과 크게 차이가 없었던 DB형의 가입자 수급권 보호가 기업에
게  적립금  부족  해소에  대한  법적  의무까지  부과함에  따라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퇴직금 중간정산의 영향으로 기업의 DB형 기준책임준비
금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현재는  크게  부담이  없다.  하지만
2012년 7월부터 퇴직금의 생활 자금화를 막기 위해 중간정산 요건이 대폭
강화되기  때문에  향후  DB형  채무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운영을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

 

퇴직연금의 활성화와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조치 필요

 

이제 퇴직연금시장은 근퇴법 개정으로 새로운 성장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퇴직연금제도가  활성화되고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소득
확보  수단으로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가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중소기업의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강제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개정
근퇴법에서는  신설  사업장의  경우  퇴직연금  도입이  의무화되어  있지만,
기존 사업장은 퇴직금과 퇴직연금제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도  중소기업의  낮은  도입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자동가입  또는  강제가입  제도를  도입하여  크게  효과를  보고  있다.  미국은 
'Automatic  IRA  Act  of  2010'를  제정하여  10인  이상의  퇴직연금  미도입
중소기업들을 IRA에 자동 가입하도록 하였다.  호주는 1992년 보증퇴직연금
제도인 ‘Superannuation  Guarantee'을 전격 도입하여 근로자의 가입의무화,

사업주 부담의 정부보증 등을 강제하였다.  이에 힘입어 1974년 호주 근로자
의 32%에 불과하였던 가입률이 2007년에는 94%  수준으로 대폭 높아졌다.
영국도 2012년 10월부터 퇴직연금 자동가입규정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사업장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모든 근로자를 적격퇴직연금
에 의무적으로 가입시켜야 한다.
두 번째는 퇴직급여의 실질적인 연금화가 IRP를 통해 정착되기 위해서는
IRP  가입이후  중도  해지하여  일시금  수령시  패널티를  부과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은  퇴직금제도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에  퇴직급여를
노후자금보다는 목돈으로 간주하여 일시금 수령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현재
개정 근퇴법에는 퇴직시 받은 급여는 IRP로 자동 이전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IRP로의 자동 이전후 별도의 제제요건 없이 바로 해지하여 일시금  수령이
가능하다.  또한  55세  이전일  경우도  회사  퇴직시에는  동일하게  적용되어 
일정 규모 이상의 은퇴자산의 적립을 어렵게 한다.  이 같은 현상으로 대부분
의  선진국에서는  연금개시  연령  이전에  조기  인출할  경우  패널티로  추가
과세를  하고  있다.  그나마  2012년  연금  및  퇴직소득  세제  개편안을  통해
일시금의 퇴직소득의 세부담을 연금소득 최저세율인 3%보다 높은 3~7%수
준으로 상향 조정하여 퇴직급여가 연금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퇴직급여의  사각지대로  방치된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의
특성에  적합한  차별화되고  특화된  퇴직연금제도를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는 2007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중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
는  근로자의  수가  30.2%에  달하기  때문이다.  개정된  근퇴법에서도  상시
4인  이하  사업장은  퇴직금,  DB형,  DC형  중에서  하나  이상을  선택하여
시행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5인 미만의 영세사업장에서 도입하기에는 현실
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영국에서는 2012년 10월부터 퇴직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중‚저소득층의  영세사업장의  특성에  적합한  NEST(National  Employment
Savings  Trust)제도를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한 독립공적기
관인 NEST공사까지 이미 설립하였다.
앞으로  퇴직연금이  가교연금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가속화되고
있는 고령화와 소득양극화에 따른 노인빈곤 문제의 해소와 부족한 노후자금
을 보완하는데 가장 유력한 제도로서 정착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출처 : 주간 하나금융포커스 제2권 37호 l 2012-09-17ㅣ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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