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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건전성의 요체

작성자 | 원승연 명지대학교 교수   2017-12-23
Share | 미투데이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서면서 가계부실화와 금융위기 발생 우려가 커지고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정책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국내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은 지급능력 악화, 즉 소득대비 부채
비율의 증가가 빠르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이 비율이 매우 높은 북유럽 국가들의 가계부채 우려는
크지 않다. 실업보험, 연금 및 사회안전장치 등의 복지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어 불황기에도 지급능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안전장치의 부실 때문에 가계부채 문제가 더 심각한 우리나라도
이 문제를 금융정책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경제․사회정책의 개선을 통해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어서면서 가계가 부실해지고 그로 인하여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되고 연준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서 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부채의 부실화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통제하고 가계부채의 문제를 연착륙시키는
정책의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LTV 및 DTI 규제 등의 거시 건전성 정책
수단의 강화, 은행을 비롯한 여신기관에 대한 심사기준 강화 등의 정책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주장되는 일이다.

 

지급능력의 관점에서 보면 더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

 

이처럼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가계부채
증가의 문제를 절대적인 금액의 증가보다는 소득에 대비하여 가계부채가
증가했다는 상대적인 관점에서 주로 지적한다. 당연히 부채라는 것이 상환을
전제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행위이며, 그런 의미에서 가계가 충분한 소득이
있어야 미래의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기 때문일 터이다. 즉 지급능력의
관점에서 우리는 소득 대비 가계부채의 증가를 우려하는 것이다.
2014년 기준으로 주요 국가별로 순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보면 한국은 현재 극심한 가계부채 부실화 문제를 경험한 미국과 스페인보다
훨씬 높은 162.9% 기록하여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한 가계부채의 증가
를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하나 주목할 사항은 283.2%를 기록한 네덜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이 한국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사실은 이들 북유럽 국가에서는 높은 가계부채 비율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이것은 이들 국가가 가계부채의 무서움을 모르거나 아니면
이를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높은 가계부채 비율에서 분자에 해당하는 가계부채
증가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분모에 해당하는 소득에 대해서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가계부채 비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소득이 안정적으로
미래에도 유지될 수 있다면, 소득에서 차감되는 금융비용이 높음에도 불구하
고 가계의 부실화 문제에 대한 우려는 경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가계
지급능력과 관련해서 문제가 발생할 때는 어떤 가계가 실업상태가 되거나
사업에 실패하여 소득흐름이 감소하거나 단절되는 경우가 보통이다. 가계의
지급능력의 핵심은 얼마나 해당 가계가 안정적으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라고 본다면, 소득의 단절 또는 변동성이 높을수록 가계의 지급능
력은 취약해지는 셈이다.

 

개별 가계의 지급능력은 물론 경기상황, 경제구조 변화도 중요

 

그런데 개별 가계의 지급능력은 해당 가계의 소득창출능력에 있는 것일
터이지만, 총량적인 관점에서의 가계의 지급능력은 경기상황이나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경기침체로 고용량이 감소하고 자영업자
의 매출이 줄어든다면, 당연 총체적인 가계의 지급능력은 저하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전반적인 가계의 지급능력 저하가 가계부채의 부실화,
더 나아가 금융위기로 전개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가계
지급능력의 일시적인 저하나 변동성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가 경제 전체적
으로는 가계부채의 부실화 확대를 막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요컨대 가계부채의 건전성은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가계의 소득창출능
력의 개선이나 소득 변동성을 완화시키는 경제·사회적 제도적 장치와 체계
가 얼마나 튼실하게 구축되었는가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본다면 부채비율이 높은 북유럽 국가와 한국의 경제·사회적
제도 및 보완장치는 매우 대조적이다. 북유럽 국가의 실업보험, 연금 및
사회안전장치 등의 복지제도는 매우 발전되어 있는 반면, 가계의 주거,
실업 및 노후 생활을 대비하는데 지원해주는 한국의 복지제도는 OECD

국가 중에서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북유럽 국가가 높은 가계부채비율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복지제도가 경기침체 시에도
가계의 지급능력을 유지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단적인 사례
를 하나 지적하자면 실업에 대비한 사회안전장치의 차이를 제시할 수 있다.
한국에서 취약층이 실업 상태에 처한 경우 소득대체율이 고용 시 소득의
42%였던 반면,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네덜란드는 70%의 소득대체율을
보였다. 이것이 네덜란드의 가계가 실업 상태에서도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덜 늘어나는 이유이다. 이것만 아니라 공공복지지출이나 공공부문 주택임대
비중 등의 자료에서도 한국의 가계가 이들 국가의 가계보다 더 많은 생존의
부담을 스스로 짊어지고 살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회안전장치, 복지 확충 등을 통한 가계부채 문제 완화 요망

 

이것이 우리가 가계부채 증가를 더욱 우려해야 하는 이유이다. 저소득층
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높은 가계부채비율은 그 자체로도 우려해야
할 것이지만, 사회안전장치와 복지제도가 미흡한 한국의 경우 그 파급효과는
훨씬 클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인한 충격을 그대로 흡수할 가능성이
있는 한국 가계의 상황을 볼 때, 높은 가계부채비율로 인한 가계부채 부실화
및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또한, 이로 인하여 가계가
받는 타격이 클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 점에서 가계부채의 건전성
회복은 단순히 금융정책의 과제만은 아닌 셈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계의
불안정한 경제생활을 보완해 줄 사회안전장치 및 여타 복지제도의 확충
등 광범위한 경제·사회정책이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진심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하는 것이 오늘 우리의 상황이다.

 

출처 : 하나금융포커스